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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위한 자소서와 이력서 쓰기: 나만의 저점 높이기

by krokerdile 2025.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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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면서 수십 군데 회사에 서류를 내다보니, 이건 마치 주식처럼 느껴졌습니다. 단타보다는 장기 투자처럼, 한 번 실패했다고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 '저점'을 올리는 과정. 나라는 사람에 투자해줄 회사를 찾기 위해, 매번 내가 가진 경험과 생각을 꺼내 글로 풀어내야 했으니까요.

처음 자소서를 쓰던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보다 훨씬 서툴렀습니다. 내용은 막연했고, 문장은 구체적이지 않았으며, 과장되거나 어딘가 어색한 표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서류를 제출하고, 다행히 기회를 얻었던 덕분에 이후에는 글쓰기와 정리에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자소서와 이력서를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포인트들, 그리고 그 저점을 조금씩 올려온 과정에서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1. 급하게 시작한 첫 지원, 처음 느낀 막막함

작년 3월, 스마일게이트에서 진행한 개발 캠프를 계기로 프론트엔드 개발자 친구들과 대담회를 하며 처음으로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캠프에서 ICT 인턴십을 추천받았고, 이미 프로그램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주변에 해당 프로그램을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전혀 감이 없었습니다.

예전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를 준비할 때는 동아리 활동이나 코딩 테스트 준비 위주였지만, 인턴십 자소서를 쓰는 과정에서는 내가 어떤 기술을 사용했고, 왜 그 기술을 선택했는지, 그 과정과 결과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처음으로 기술 기반 질문 외에 '맥락'을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2. 데이터 정리보다 어려운 건 '선택과 서술'

지원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급하게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습니다. 2018년에 입학한 이후로의 활동을 쭉 정리해서 하나하나 담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최종본은 지원 전날 새벽까지 붙잡고 완성했습니다. 친한 동기형이 새벽까지 디스코드로 실시간 피드백을 주며 내용을 다듬어줬는데, 그때 '진작 해둘 걸'이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보면 "이걸 왜 이렇게 썼지?" 싶은 과장된 표현이나, 설명이 모호한 부분도 많았지만, 그래도 정리를 시작하고 계속 고쳐 나가면서 나름의 기준을 세워갔던 것 같습니다.

3. 자소서는 많이 써보는 게 가장 좋은 연습

처음 자소서를 쓰는 사람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일단은 많이 써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는 지원하는 회사와 항목을 기준으로, 내가 던질 수 있는 키워드나 경험들을 먼저 정리해놓는 게 도움이 됩니다. 그 후에 그 키워드들을 어떤 흐름으로 풀어나갈지 생각해보면 됩니다.

사실 어떤 글이든 써보면 알게 되는데,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보다 '없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일이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헛소리라도 괜찮으니 최대한 많이 써두고, 말하고 싶은 핵심을 하나씩 짚어가며 구조를 다듬는 방식으로 작성했습니다.

요즘은 GPT나 클로드 같은 도구도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제가 겪은 바로는, 내가 충분히 구조를 잡아두고 GPT에게 '보조 작가' 역할을 맡길 때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맥락 없이 GPT에게 작성 요청을 하면,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진짜처럼 만들어내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GPT에게 설명하듯 정리한 메모'를 먼저 만들고, 그 내용을 기반으로 도와달라고 하는 식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GPT는 "문장 다듬는 친구"로써는 훌륭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일단 서류를 내라" - 가장 확실한 피드백 방법

자소서와 이력서를 어느 정도 완성했다면, 정말 가고 싶은 회사가 아닌 이상 일단 서류를 내보는 걸 추천합니다. 특히 6개월 지원 제한이 없는 회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무리 주변에서 피드백을 받아도, 실제 채용 담당자나 현업 개발자가 내 서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직접 지원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서류가 통과되면 "지금 수준으로도 어느 정도는 괜찮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떨어져도 "이 부분을 더 보완해야겠다"는 구체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 몇 군데 지원했을 때는 서류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어떤 부분이 아쉬웠을까"를 생각해보며 다음 지원 때 조금씩 개선해나갔습니다. 면접까지 가게 되면 더욱 좋죠. 면접에서 나온 질문들을 통해 내 이력서와 자소서에서 어떤 부분이 궁금증을 유발했는지, 어떤 표현이 명확하지 않았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정말 가고 싶은 회사는 충분히 준비한 다음에 지원하는 게 좋습니다. 첫인상은 한 번뿐이고,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지원자를 기억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5. 기술적인 내용도 '왜'로 접근하는 습관

처음에는 어떤 기술을 사용했는지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면, 점점 왜 그 기술을 선택했는지, 어떤 맥락에서 그것이 필요했는지를 중심으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zustand로 상태 관리를 했다"가 아니라 "Redux는 전역 상태를 공유하는 데 과한 구조라 판단해, 더 단순한 상태 모델인 zustand를 선택했다"고 쓰면 글이 훨씬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피드백 과정에서 배웠습니다.

이런 표현 방식은 부스트캠프 미션이나 실제 실무 프로젝트에서의 선택 배경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된 부분이었습니다.

6. 이력서에는 명확한 표현과 맞춤형 구성

이력서를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자소서보다 이력서는 훨씬 더 '취향이 반영되는 글'이라는 점입니다.

네이버 부스트캠프에서 강승현님의 강연을 들으며 제 이력서를 보여드린 적이 있었는데, "해외 이력서 같고 구성도 깔끔하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이력서를 다른 멘토님께 보여드렸더니, "구성이 산만하고 단락이 2개 이하인 게 낫겠다"는 전혀 다른 피드백을 주셨어요.

이 경험을 통해, 이력서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회사와 리뷰어의 관점에 따라 바뀌는 문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본 양식을 하나 만들어두고, 회사의 JD나 분위기에 따라 조금씩 내용을 조정해서 사용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너무 기본적인 기술을 그대로 적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React에서 useState로 상태를 관리했다"는 식의 표현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질문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땐 한 단계 위에서 표현을 추상화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 입력값을 컴포넌트 상태로 관리하기 위해 React의 상태 관리 기능을 활용했다" 정도로 목적과 기술을 함께 적으면 더 읽기 좋습니다.

아래에 저도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면서 참고했던 강승현님의 링크를 달아두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발자 이력서 작성 및 변화 과정 (이력서 공개)

서론2023년 상반기에 이력서 스터디를 진행했고 프론트엔드를 제외한 직군에서 스터디 리딩을 하게 되었습니다.약 10명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으며, 이력서 플랫폼(또는 툴) 결정 과정과 제 이력

imksh.com

 

7. 내가 아는 언어보다,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인턴을 하면서(2024년 상반기), 인턴이 끝나고 네이버 부스트캠프를 하면서(2024년 하반기), 네부캠이 끝나고(2025년 상반기)에 자소서도 그렇고 이력서도 그렇고 피드백을 많이 받으려고 했습니다.

평소에 컨퍼런스나 어디가서 좋은 내용을 들으면 보통 노션이나 아이패드로 필기를 해두는 편인데, 그걸 다른 사람한테 공유를 해주면서 느꼈던 게 "이 분야를 몰라도 잘 읽히면 되게 좋은 글"이라고 해줬던 경우가 있었어요. 실제로 공부할 때도 내가 아는 개념을 그 개념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설명해줬을 때 그 사람이 이해를 하면 잘 이해를 한 거라고 볼 수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웬만하면 직군, 직업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션으로 글을 공유해서 코멘트를 달 수 있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본인이 해왔던 활동에 대해서 적다 보면 나만 아는 내용 혹은 나만의 언어로 글을 적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읽는 분들이 어떤 분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누가 읽더라도 이해하기 쉽게 올리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주변에 개발을 하고 이력서에 적은 내용을 함께 하지 않은 친구들이나 선배들, 그리고 가능하다면 현업에 계신 분들에게 적은 글이 잘 읽히는지 물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혹시 주변에 로스쿨이나 CPA 같은 전문직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그 친구들에게도 피드백을 부탁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런 종류의 전문직은 정말 복잡한 구문으로 이뤄진 내용을 많이 읽고 공부를 하기 때문에 글이 간결하게 적혔는지, 문맥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명확하게 작성했는지 그리고 오탈자나 맞춤법 같은 부분을 확실히 잘 봐주는 게 느껴지거든요.

8. 문서화를 통한 '설명하는 글쓰기'의 훈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팀원들과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GitHub Wiki, Notion, 스토리북, TSDoc 등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기술 스택 선택 이유나 컴포넌트 분리 기준 같은 내용을 문서화해두면서, 글을 '이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연습이 자연스럽게 됐습니다.

특히 처음 리액트를 접한 백엔드 팀원에게 설명하기 위해 작성했던 문서들은 나중에 자소서 문장을 구성할 때 큰 자산이 됐습니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건, 내가 그 내용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니까요.

9. 평소의 정리 습관이 나를 도와준다

다행히 저는 평소에도 노션이나 아이패드로 필기하고, 듣고, 적고, 정리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이게 나중에 자소서나 이력서를 쓸 때 큰 힘이 됐습니다. "어떤 경험이 있었지?"를 떠올리는 대신, 정리된 내용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컨퍼런스에서 좋은 내용을 들으면 항상 문서로 정리해서 공유했는데, 어느 날 한 친구가 "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읽히는 글이 진짜 잘 쓴 글"이라고 말해준 게 인상 깊었어요. 그 후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최대한 다양한 사람에게 글을 보여주며 피드백을 받으려고 했습니다.

경험을 글로 정리할 때도 단순히 "이걸 했다"가 아니라, '문제 상황 → 어떤 선택을 했는가 → 그 결과는 어땠는가 → 나의 인사이트는 무엇인가'의 순서로 서술하려고 의식적으로 연습했습니다. 부스트캠프 프로젝트 회고나 블로그 글에서도 가능한 한 이 구조를 지키려 했고, 자소서 문장들도 비슷한 흐름으로 바꿔가며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스트캠프에서 프론트엔드 유일 인원으로 팀에 합류했을 때도, '혼자서 개발할 것인가, 팀과 함께할 것인가'라는 의사결정 과정, 페어 프로그래밍을 시도하며 생긴 갈등과 소통, 이를 통해 다시 팀 내 합의를 이끌어낸 과정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했습니다.

10. 자소서를 '읽는 사람의 맥락'으로 리팩토링하는 연습

자소서나 이력서를 다듬을 때는 글 자체의 문법이나 흐름뿐 아니라, '이 글을 보는 사람은 어떤 맥락에서 이 문장을 읽게 될까'를 자주 떠올리려고 했습니다. 지원하는 회사의 직무 기술서(JD)를 여러 번 읽어보고, 실제 면접에 가서 내가 쓴 표현들이 어떤 꼬리 질문으로 이어졌는지 메모해두는 식이었죠. 이 경험을 통해 글을 '나를 위한 글쓰기'에서 '읽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로 전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습니다.

정리하며: 내가 체득한 자소서 작성의 3가지 전략

  1. 많이 써보되, 피드백을 꾸준히 반영하자
    처음부터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 많이 써보고, 주변의 다양한 시선에서 피드백을 받고 고쳐나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다양한 시선이라 함은 같은 직군, 분야 외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걸 권유 드립니다. 
  2. 기술보다 맥락, 기능보다 이유
    어떤 기술을 썼는지보다 왜 그 기술을 선택했는지, 어떤 문제 상황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맥락’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게 설득력을 높였습니다.
  3. 글을 ‘읽히게’ 쓰는 연습을 하자
    내가 아는 언어가 아닌, 읽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는 게 중요했습니다. 기술을 모르는 사람도 맥락을 따라갈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을 쓰는 걸 의식했습니다. 글을 읽었을 때 내용이 뭔지 몰라서 한번 더 고민하게 되는 건 지양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마치며

자소서와 이력서는 단지 채용 절차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에는 너무 많은 걸 적으려 했고, 반대로 너무 당연한 것도 그대로 옮겨 적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점점 어떤 내용을 더 다듬고, 어떤 표현은 줄여야 하는지를 감 잡아가면서, 저만의 기준을 만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력서나 자소서를 쓴다는 건, 결국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직접 써 내려가는 자기소개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 쓰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나를 담는 기록.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어쩌면 저는 또 하나의 저점을 조금은 더 끌어올리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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